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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름날

by #*#*""#++ 2021. 7. 17.

나는 어릴때부터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어릴 때 부모님 남동생과 한방에서 잤는데, 동생은 제일 먼저 잠들고

엄마, 아빠는 TV를 보시다가 주무셨는데 

나는 부모님이 주무실때까지도 잠이 오질 않았다.

TV가 꺼지고 나면 완전한 어둠이 나를 둘러싸면 나는 좀 무섭고 외로웠다.

그 때 벽을 보면 옷이 걸려있는 것이 귀신이나 괴물처럼 보여서 점점 더 무섭다고 느꼈었다.

그러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게 되고, 아침이 밝으면

나는 일어나기가 힘이 들었다.

늦게 잠이 들었으니 피곤하기도 하고 하고, 아침에 학교에 가야하는게 정말 무섭고 싫었다.

그런 나를 엄마는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니 일어나지 않으려고 하고,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나에게 늘 혼을 내시거나 잔소리를 하셨다.

그 때부터 나는 불면증을 달고 살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릴때는 정말 잠이 안와서 못잤고, 나이가 들수록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어릴때와는 다르게 밤에 깨어 있는 걸 조금 즐기게 되었다.

아마도 내 방이 생긴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어릴때는 가족들과 같이 자야했기에 잠이 안와도 불을 끄고 잠들기까지 누워 있어야 했지만,

내 방이 생긴 이후로는 잠이 안와도 불끄지 않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었기에

나는 그 시간, 나만 홀로 깨어 있는 고요한 그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정확하게 즐긴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잠이 안오니까 깨어있었던 이유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어차피 잠이 안오니 그냥 그 시간을 버리는게 아까워서 다른 활동을 했던 것 같다.

그래봤자 할 수 있는게 조용하게 책을 읽거나 공상을 하는 등의 일 뿐이긴 했지만

늘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온전히 편하지 않았던 나는 유일하게 혼자인 그 시간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나 혼자만의 공간은 나 혼자만의 독특한 세계였다.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했다.

나는 어릴때 동화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가 아마도 지금 나의 현실을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단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잠이 안와서 억지로 잠을 청하거나 불면증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몸을 많이 무리해서 쓰는 등

불면증을 해소하려고 노력했지만 안되길래 그냥 어느 순간 자연스레 놔두게 되었다.

그렇게 놔두니 오히려 마음도 편하고, 잠도 어느순간 스르르 오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보통 사람들처럼 규칙적인 시간에 잠을 자지 못한다.

잠을 아예 못자는 건 아니지만 잠을 불규칙적으로 자니까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요즘도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한 여름이라서 밤에도 너무 더워서 무언갈 한다는 게 다 힘들게 느껴진다.

잠자는 패턴이 바뀌고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니 몸이 점점 안좋아지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렇게 체력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게 된다. 

하지만 고칠 수 있을까?
몇십년을 이렇게 산 것을 바꿀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이제는 엄마도 내가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사는 것을 포기하셨다.

그렇게나 잔소리가 심하셨던 엄마였는데 포기할 정도면 

이게 나의 의지로 쉽게 바뀌는 게 아닌 듯 하다.

잘 안되지만 규칙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피곤하더라도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해야겠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적당히 운동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안바뀌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건강을 위해 노력은 계속 해봐야 할 것 같다.